2024년도 개발자로서의 회고

올해는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던 해였다. 나의 부족함을 깨달았고, 그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했다. 그 중 회고를 습관화하려는 시도가 현재 진행 중이기에, 다들 하는 연간 회고 나도 한 번 해보자.


회사에서 2회 연속 개인 수상 🎉🎉

일단 칭찬부터 하자. 우리 회사에서는 반기마다 실적을 리뷰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공표하기 위해 킥오프 행사를 진행한다. 전사 킥오프가 진행되고 이후 부문 단위 킥오프를 진행하는데, 이 부문 킥오프 때 우수 팀 또는 개인에게 표창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개인 수상은 조직 중 한 명에게만 주어진다. 참고로 상반기 개인 수상은 주니어에게 주어지는 루키, 하반기 개인 수상은 우수사원 표창이었다.

2024년도 개발 조직의 개인 수상은 상,하반기 모두 내가 받게 되었다.

개발 조직은 총 20명도 되지 않는 회사 내 작은 조직이다. 그래도 그중에서 단 한 명만 선정하는 개인 수상을 2회 연속 받게 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내가 받았을까? 앞으로의 방향성을 위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상반기 루키 선정은 수행했던 일의 종류도 많았고, 그 중 개발 조직의 개발 생산성과 인프라 안정성에 도움 되는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건 내게 주어진 일들이 다른 주니어들에 비해 성과가 눈에 띄는 업무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운이 좋았다.

그러나 하반기 우수사원 선정은 상반기와 이유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름 작지 않은 프로젝트에 백엔드 개발자로 후임 1명과 함께 투입되어 기능 개발, 오픈소스 커스텀, 인프라 구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리딩하며 기한 내에 문제없이 잘 마무리하였고, 담당자와의 약속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책임감있게 밤늦게까지 일을 했던 기록들이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성과책임감 두 단어를 베이스로 삼아, 어디서든 꼭 필요로 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다.


주요 고객사 프로젝트

오픈 소스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사의 목표였다. 그러나 오픈소스가 제공하는 사용자 관리, 인증 기능이 제한적이었기에 추가 개발과 함께 오픈소스를 커스텀하는 작업들이 필요했다. 또한 폐쇄망에 방화벽 정책도 까다로워 제한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제한 속에서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오픈소스 커스텀 및 배포, 네트워크, 리소스, 로그 관리 등… 소프트웨어가 운영되기 위한 인프라 전 범위에 관여를 하였다. 개발 관련해서는 인증서버를 Spring Authorization Server를 사용해 라이트하게 개발하였는데, 2차 인증으로 SMS 인증 추가, OIDC 프로토콜 지원 등 요구사항에 맞는 다양한 작업들이 있었다.

백엔드 개발자는 나와 후임 1명이 투입되었기에 대부분을 내가 리딩하여 모르는 것들은 싹 다 뒤져가면서 하나씩 해치워갔다. 결과적으로는 잘 마무리되었지만 프로젝트 진행 중 정말 많은 기술적 문제에 부딪혔다.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각각 기술에 대해 미리 깊게 공부를 하고 시작을 했으면 시간이 훨씬 절약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개발하고 부딪히며 찾아보는 스타일인데, 정말 많이 헤매고 오래 걸렸다. 이런 경험을 겪으며 업무 전 미리 파악하고, 습득하고,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올해에는 이런 것들을 채워나가는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

이 프로젝트는 정말 책임감으로 해치운 것 같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시간을 갈아서라도 제시간에 마무리하려는 책임감으로 프로젝트를 잘 끝냈다. 당장 능력이 부족해도 책임감으로 시간을 갈아 넣는다면 그 능력이 채워지는 것도 같다. 앞으로도 내 일에 대해 책임감만 놓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나 더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써야 한다. 미리 설계를 잘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연습하자.


우물 안 개구리의 현실 직시

대부분의 날들을 퇴근 후 개발 관련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 밤 새가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발한 날도 적지 않다.
나는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적당히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것 같다. 상도 두어번 받았고,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어느 정도 리딩도 하고 있다.
또 부트캠프에서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도 개발 실력으로 꿀린 적은 없었다. 나는 내 실력에 적지 않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실력 있는 개발자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믿음으로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의 도전을 하고자 멈춰있던 발을 약간 떼보았다.
그렇게 나는 벽에 부딪혔고, 지난 3년간의 나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객관화를 잘 못했던 것 같다.

세상은 넓고, 내가 못 본척하던 내 단점들은 외부 세계에서 정말 취약하다.

내가 파악한 내 단점은 이러하다.

  •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 나는 얕게 많이 아는 사람이다.
  • 나는 충분한 계획 없이 실행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객관화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지금의 나로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목표하는 선에 도달하기에 부족하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시간을 더 들여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가 실력 있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나 자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에 나는 내 단점들을 보완하고, 객관적으로 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시작을 해야 한다.

  • 나는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 모든 것을 글로 남기는 글쟁이가 되자.
    • 급하지 않게 천천히, 더 알아듣기 좋은 글을 만들자.
    • 더 좋은 전달력을 위해 구조를 그림으로 그리는 습관을 가지자.
  • 나는 얕게 많이 아는 사람이다. → 급하지 말고 하나씩 천천히 깊게 공부하자.
    • 누구든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을 때가 그러하다.
    • A부터 Z까지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A-3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 나는 충분한 계획 없이 실행하는 사람이다. → 무언가 시작하기 전 계획을 문서로 남기자.
    • 충분한 설계 없이 시작하면 낭비되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 태스크를 잘 정의하고,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변화하고 있는가?

분명 이전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저수지에 떠있는 오래된 배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미로 같은 정글에서 길을 헤매는 뗏목 같은 느낌이다. 아직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내려가는 기분이지만,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물이 흘러봤자 결국엔 같은 곳에서 모이지 않겠나?

진정하자

초반에는 마음이 급해 스트레스가 참 많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이게 금방 될 거면 누구나 성공하겠지 싶더라. 내가 레퍼런스 삼고자 하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들였을 수많은 시간들을 미처 생각 못 하고 당장의 성과가 없어 마음을 졸였던 것 같다. 방향을 잘 잡고 꾸준히 정량의 시간을 들이는 것에 목표를 두면 성과가 자연스럽게 스며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고친 뒤 마음의 안정을 찾은 요즘이다.

루틴, 루틴, 루틴!

안 하던 것들을 하려다 보니 참 어려웠다. 분명히 오래는 앉아있었는데 남는 것이 없는? 안타까운 나날들이 이어졌다. 퇴근 후 시간은 한정적이라 마음이 찢어진다. 정말로.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자 루틴을 짜기 위해 다방면으로 알아보았고, 많은 사례들을 통해 나만의 루틴을 잡는데 거의 한 달을 다 보낸 것 같다. 지금은 이것저것 주변에 보이는 것 다 엮어서 만든 뗏목 느낌이지만 어떻게든 물에 떠서 가긴 간다.

발표 스터디 개설

나는 이전부터 무언가 직책을 맡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음향을 공부하던 대학생 때 학회장 제의가 들어왔지만 결사코 못하겠다 답했다. 그러나 개발 일을 하면 할수록 내 소프트 스킬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언젠가는 개선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지내왔었다. 이에 더불어 이전 내 단점 중 하나인 ‘깊게 알지 못한다’라는 단점도 함께 깨부수고자 발표 스터디를 직접 개설하였고, 현재 3주 주기로 지속 중이다.


2025년 목표

1년, 앞으로의 1년은 작년 상반기처럼 가만히만 보내고 싶지는 않다. 동적이고 싶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

전반적인 밸류 업

나의 전반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다. 연차가 쌓여가며 개발 외적인 능력에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글쓰기, 발표, 일정관리와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개발을 잘하는 것은 물론, 다방면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건강

2024년 평일에는 대부분 수면시간이 4시간 밑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몸이 버틴게 용하긴 하다. 당장 뭔가 몸에 이상이 온건 아니지만 점점 예전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일론 머스크도 하루에 6시간은 잔다고 하더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해결하려하지 않고 잠을 줄이는 방식을 우선으로 해왔던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기도 하다.

잠은 6시간 자면서, 회사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퇴근 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4시간 잘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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